여행기, 산행기

영덕 여행 2 - 블루로드 B코스

솔뫼들 2018. 9. 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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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이제 친구 집에 들러 짐을 올려다 놓고 차에 오릅니다.

오늘 오후 일정은 블루로드 트레킹입니다.

지역 토박이가 다 되어가는 친구가 추천하는 대로 죽도산 전망대를 한 바퀴 돈 후 블루로드 다리를 지나 바닷가를 따라 걷기로 했습니다.


 말복이 지나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다고는 해도 후텁지근합니다.

바닷바람이 살살 불어주면 좋을텐데...

계단을 올라 바닷가에 만들어진 데크를 따라 갑니다.

일단 바닷가에 서면 속이 후련하지요.

게다가 동해는 얼마나 물빛이 맑은가요?

얼마만에 바다를 보는 거냐 하면서 감탄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미소를 띱니다.

여름이 다 가는데 바다 구경도 못 하고 모두들 정신없이 사는 모양입니다.



 바람은 그리 많지 않은데 갈수록 파도가 거세집니다.

가장자리로 밀려드는 파도가 만들어내는 거품이 어떤 무늬를 만듭니다.

참으로 희한하네요.

거대한 산처럼 밀려와 솟아오르는 파도를 보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파도가 몰려올 때마다 만들어내는 모양이 다르니까요.


 바닷가 바위는 풍화작용에 의해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이런 걸 보고 전문용어로 '타포니'라고 하나 봅니다.

작년 해파랑길 탐방 때도 안내문을 본 기억이 나네요.

자연이 만들어놓은 예술작품을 보면서 여유있게 걸어 갑니다.

기기묘묘한 바위와 바위에 뚫린 구멍들.

그러고 보면 파도와 바람이 재주가 참 많은가 봅니다.



  가다가 만난 안내문에는 '얼굴바위'라는 이름이 보입니다.

바위 모양이 사람의 얼굴과 닮았다고 그런 이름을 붙였나 본데 좀 억지스럽기는 하네요.

보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니 무어라 할 수는 없지만요.


 어느 쪽으로 가면 바닷바람이 시원하고 어느 쪽으로 가면 바람 한 점 없습니다.

그러려니 해야 하지만 소금기 있는 후텁지근함이 상쾌하지는 않군요.

쉴 새 없이 흐르는 땀을 닦아내면서 바다와 마주 하고 있습니다.



 바닷가를 벗어나 죽도산을 오릅니다.

'竹島'라는 이름답게 길 양 옆으로 細竹들이 많군요.

오르는 길목에 육계도라는 단어가 씌어 있습니다.

전에 들어본 적은 없어도 육지와 바다를 잇는다는 의미로 대충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섬이었던 곳이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육지와 이어진 곳을 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 그런 특별한 지형을 말하는 것이었군요.

죽도산은 조선시대까지 섬이었는데 그 이후 자연적으로 육지와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또 하나 배웠습니다.


 거의 다 올라왔습니다.

땀이 뚝뚝 흐르네요.

잠시 물을 마시고 쉬고 싶습니다.

옥상처럼 보이는 곳에서 쉬자고 일행을 불렀습니다.

근처는 군사구역이라 1m 이내 들어오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는데 멀리 떨어져 앉으니 전망도 좋고 시원하군요.

얼음물도 마시고, 냉커피도 마시고, 과일도 먹으며 여유를 부려 봅니다.

쉬는 동안 금세 땀이 식네요.

한여름은 지났다는 말이겠지요.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축산항도 보이고, 축산천도 보이고, 발 아래 블루로드 다리도 보이고, 멀리 나즈막한 산자락도 보입니다.

전망대가 그리 크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사람들의 목소리가 웅웅 울립니다.

답답하군요.

얼른 한 바퀴 돌아보고 내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