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감자

솔뫼들 2018. 8. 1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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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

                                       구재기


     저녁 반찬으로 감자볶음이 먹고 싶어졌다

     우유빛 살결에 짭짤한 소금을 뿌려

     흰 쌀밥과 걸쳐 놓고 싶어졌다

     퇴근 길 한 봉지를 껴안고 돌아왔다

     얼른 속살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한 알 한 알 외투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앗! 다 벗겨낸 감자의 속마음

     여기 저기 멍들고 썩어 있기까지 했다

     감자는 얼마나 가슴 졸였을까

     들키지 않고 여기까지 오는 시간을,

     감자는 얼마나 기다렸을까

     삶이 보여지는 것과 다르다는 걸

     감자에게 나를 들킨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