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달빛

솔뫼들 2018. 6. 2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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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구재기


     작은 풀잎에

     내려앉은 달빛 하나와

     거대한 연못에 내린 달빛이

     무엇이 다른가


     어디로든지 달빛은

     그림자를 드리울 생각은 없고

     연못은 달빛이 머물게 할

     아무런 뜻도 없는데


     헤아릴 수 없는

     긴 세월을 수행하고 돌아온

     보살처럼, 시방時方,

     어둠을 아주 몰아내려는 것일까


     바람이

     잠자는 동안에도

     깨어있는 달빛은 이미

     연못 속에 깊이 잠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