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전쟁
이 책을 읽고 있을 무렵 남북정상회담 이야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처음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금방이라도 휴전선이 사라지고 통일이라도 될 것 같은 호들갑스러운 분위기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서 도리어 차분하게 정세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
'예정된 전쟁'이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그리고 한반도의 운명'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이 아니다.
중국이 어느 틈에 성큼 강대국 대열에 끼어 들었다.
영토나 국방력뿐 아니라 이제 경제력까지 더해졌으니 때로는 전세계를 향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러니 그걸 보는 미국의 속내가 편할 리가 만무하고.
이 책은 미국이나 중국이 자칫 판단을 잘못 하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영토분쟁을 하고 있고, 동중국해에서는 일본과 으르렁거리고 있다.
거기에 한반도에서는 북한이 중국에, 남한이 미국이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느 한 가지라도 잘못 되면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장 가능성이 큰 건 한반도 상황이라고.
북핵 문제가 남한뿐 아니라 일본,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을 미국이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겠지.
살얼음판 같은 동북아 정세에 대해 저자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논리를 들이댄다.
아테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가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치른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말하는 것으로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 세력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위협해 올 때 극심한 구조적 긴장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러면서 500년 동안 16번 있었던 그런 위험이 전쟁으로 이어진 경우와 올바른 판단으로 전쟁을 피해간 경우를 분석해가며 설명한다.
12번이나 전쟁으로 이어졌고 겨우 4번 현명한 판단으로 전쟁이 회피되었단다.
지금 이 땅에서 평화가 무르익는 것 같은데 단순하게 낙관적으로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
그야말로 뒤에서 어떤 흑심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중국해나 남중국해 문제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것보다는 당연히 한반도 문제가 발등의 불 아닌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순조롭고 평화적으로 지속되어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통일이라는 목표를 향해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면서 묵직한 책을 손에서 놓는다.
다시 한번 저자가 머리말에서 인용한 나폴레옹의 말이 심장에 쿵 울린다.
"잠에 빠져 있는 중국을 깨우지 말라. 중국이 깨어나는 순간 온 세상이 뒤흔들릴테니."
이미 깨어난 중국 때문에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경제 문제까지 여러 가지로 머리가 아픈 나라 대한민국에 나는 살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