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송년산행 - 눈 덮인 삼성산
길이 살짝 덮일 만큼 간밤에 눈이 내렸다.
조금 더 걷자 소나무에 핀 눈꽃
이 맛에 겨울 산행을 하는 거지.
점점 깊은 산골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눈 쌓인 나무가 어우러져 만든 눈 터널에서 그만 걸음을 멈추고 싶다.
바야흐로 겨울 왕국이군.
저 목화송이는 누가 달아 놓았을까?
감탄사와 함께 저절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려진다.
누가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일까?
눈 덮인 산사가 손짓하지만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눈과 친구가 된 이 바위에 매달릴 자신이 없어서 겨우 길을 찾아 우회했다.
이쪽에서 보는 삼막사는 붓으로 덧칠해 놓은 풍경화 같은걸.
굵은 붓질의 느낌이 난다.
이 친구, 아래만 보고 내려오는군요.
요런 풍경도 매혹적이지 않은가.
이쪽 바위도 한 발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아 기다시피 겨우 내려왔고.
갑자기 이육사의 시 ' 절정'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오랜만에 오니 길도 헷갈리는군.
칼바위 방향으로 제대로 오기는 했네.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모두 계단길이 만들어져 있다.
눈이 올 때는 아주 도움이 되지만 사실 평소에는 재미가 반감했다고 보아야겠지.
오른쪽으로 이어진 곳이 칼바위 능선이다.
눈 때문에 포기.
계단 덕분에 편히 내려오기는 했는데 이 국기봉 아래도 만만치 않네.
바위에 눈이 얼어붙었으니 어디를 딛는다?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으니 다시 후진해서 서울둘레길로 내려왔다.
포장도로로 다 내려오니 이런 풍경이 맞아주네.
물레방아가 아니라 얼음방아가 되었구만.
간단히 뒤풀이를 하다가 오랜만에 보는 배추 뿌리가 재미있어 한 컷!
고향의 맛이라고 하야 하나, 아니면 어릴 적 추억의 맛이라고 해야 하나?
간혹 김장철에 남대문시장에서 배추 뿌리를 놓고 파는 노점상이 있는 걸 보았지만 길에서 사 먹는게 민망해서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새삼스럽게 달큼하고 맛있다.
어릴 적에 군것질거리가 부족한 겨울밤, 자루에 담아둔 배추 뿌리가 입이 심심할 때 군고구마와 더불어 어린마음을 달래 주곤 했었지.
배추 뿌리 한 접시에 추억은 마냥 옛날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