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노독

솔뫼들 2017. 12. 2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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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독                         

                             이문재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