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소

솔뫼들 2017. 11. 2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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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웅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