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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1,2,3,4,5

솔뫼들 2017. 10. 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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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 올해 들어 개봉한 영화 '군함도'를 보면서 생각이 났다.

지옥섬이라고도 불렸던 지하탄광 하시마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한수산의 소설이다.


 소설은 하시마에서 탈출해 가까스로 나가사키까지 간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알다시피 나가사키는 히로시마와 함께 핵폭탄이 떨어진 곳이다.

나가사키 병기 공장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이 꼼짝없이 나가사키에서 핵폭탄 앞에 노출되었고 지금까지 그 원혼들은 어디에서도 위로받지 못 하고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 하고 있다.

아니 정확한 숫자도 파악이 안 된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늘 그렇지만 일제의 잔학상과 더불어 우리는 역사의 아픔을 잊지 말고 우리끼리 싸우는 일이 없이 작지만 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된다.


 이 책을 이번에 '군함도'라는 제목으로 재발간했다고 한다.

두번째 읽는 것이다 보니 내용보다는 감칠맛나는 표현이 이번에는 더 친근하고 구수하게 다가온다.

지난 번 '까마귀'라는 제목은 탄광에서 석탄을 뒤집어써 까맣게 되었다는 표현과 탈출하다 발각되어 죽음을 맞은 조선 사람들의 시신 위에 까맣게 내려앉은 까마귀, 두 가지의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직설적인 제목이다.

'군함도'는 하시마섬이 멀리서 보면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다시 한번 어떻게 나라가 운영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작품이다.


 징용온 사람들끼리의 대화에서 나타나는 재미있고 실감나는 표현을 되는 대로 추려 보았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우리말의 묘미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먼저 난 머리보다 나중 난 뿔이 무섭다.

동여 맨 돼지 주제에 갇힌 돼지 걱정한다.

썩은 애호박 자르듯.

비루 먹은 강아지가 호랑이 건드린다.

농사일은 머슴에게 물어가며 하고, 길쌈은 계집종에게 들어가며 하랬다.

원수의 화살은 피할 수 있어도 은인의 창은 막기 어렵다.

밤새 곡하다가 누구 장사냐?

아랫돌 빼서 윗돌 된다.

닭 잡아 겪을 나그네 소 잡아 겪는 셈.

잠결에 남의 다리 긁는다.

먹은 놈이 우는 당나귀 보고 하품 하는 줄 안다.

여든에 이 앓는 소리.

처삼촌 벌초하듯.

궁달귀천이 수레바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