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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 내한공연 '평화의 콘서트'

솔뫼들 2017. 8. 3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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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붙었다.

제목이 '평화의 콘서트'라고 했다.

스페인 합창단의 내한공연이라는데 어떤 수준일까 궁금해 인터넷을 찾아 보았다.

줄줄이 나온 사실을 읽어 보고는 지인들에게 함께 가자는 제안을 했다.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은 스페인 국영 라디오 방송국 합창단으로 한국인이 단장이라고 했다.

스페인에 유학을 갔다가 합창단을 조직해 스페인 음악과 한국 음악을 반씩 노래 부른다고 한다.

인터넷에 나온 공연 영상 속의 '비 내리는 고모령'은 감동적이었다.

꼭 음악회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음악회는 스페인 음악 9곡과 한국 음악 13곡을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이 되었다.

스페인 음악이라고 하더라도 음악은 듣기 편안하고 익숙했다.

실제로 전에 들어본 음악은 두 곡 정도밖에 되지 는데도 불구하고 친숙한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서양 합창단을 보면 뻣뻣하고 경직된 한국 합창단과는 달리 노래를 부르면서도 표정이나 자세가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인다.

그러니 감상하는 사람도 덩달아 편안해진다고나 할까.

그리고 1부에서 여성 단원들의 옷을 보면 어떤 가이드라인을 정해 주고 나름대로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는 느낌이 든다.

스페인 투사들이 두르는 것 같은 망토를 검은 드레스에 둘렀는데 색깔이 제각각이다.

물론 검은 드레스도 각각 취향에 따라 디자인이 다르고.

그런 망토를 피아노에까지 두른 걸 보면 세심한 곳에까지 신경을 썼구나 싶다.

 

 중간 휴식 시간에 임재식 단장과 관련된 다큐멘터리가 소개되었다.

다큐를 보는 동안 가슴이 먹먹할 정도의 감동이 밀려왔다.

한국 음악을 스페인은 물론 여러 나라에 전파하고 우리 민요 아리랑이 스페인의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리는 날까지 노력을 하겠다는 포부를 보면서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민간 외교관 아닌가.

이분이 바로 애국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우리나라에서 소외되고 있는 우리 음악을 위해 이렇게 애쓰는 분이 있다는 생각에 감사하는 마음을 넘어 존경스러운 마음이 우러난다.

정말 대단한 분이다.

우리나라 말은 외국인에게 발음이 쉽지 않은 언어이다.

그런데 이 합창단은 전혀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발음이 정확하다.

그렇게 되기까지 단장은 물론 단원들도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2부는 '바람이 서늘도 하여...'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별'이라는 노래로 문을 열었다.

쉬지도 않고 우리 동요와 가곡, 민요, 대중가요를 부르는 그들을 보며 공연히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살지 않았을까 하는 미안함 같은 것이 들었다고나 할까.

곱게 한복으로 바꿔 입은 여성 단원들이 부르는 우리 노래는 듣는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방아타령'과 '우리의 소원'을 앵콜송으로 들으며 음악회는 막을 내렸는데 이 합창단이 멋진 공연을 통해 세계인들을 감동시키고 더 발전을 거듭해 우리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기를 기도해 본다.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