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갈울공원
솔뫼들
2017. 1. 2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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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울공원
천양희
물끄러미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나무에도 간격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이 공원이 낙원이 아니라도
마음 들어설 자리쯤은 될 테니
간격 두지 말고 와서 보렴
마들 바람 소리 이 근처에 머물 때는
서울의 숨통이라 하였으나
너는 아마 실망할지도 몰라
환멸 없는 환상이 어디 있겠니
새소리 물소리 퍼렇게 달고 있는
나무들이 그래서 시퍼런 진실처럼 보일 수도 있을 거야
진실에도 오류가 있다고
너는 또 말할 테지
그래, 우리는 누구나
오류 속에서 비틀댈 수 있는 사람들이지
환상이 어떻게 우릴 망가뜨리는지는 말하지 않으마
인간으로 살기도 힘들다*는 말도 하지 않으마
세상에는 갈 수도 울 수도 없는 일이 많을 테니
알려 주마
나무껍질 두꺼우니
나이테 더욱 깊어질 것이다
* 네루다의 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