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이중섭 1
솔뫼들
2016. 6. 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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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1
김선영
오래 되어도
아득하게 빛나는 것은
별이어라.
아슬한 마음으로
쳐다볼 밖엔 더 없어라.
첫 별자리 마음에
꽃씨로 심은 금빛 별
해와 달이 씻어준
산 그림자로
희부연이 마음에 번져든
물감 같은
슬픔.
산 그림자
멀리 그리움 두고
붓으로 엷게 바르던 사람.
아침을
저녁을
밝음과 어둠 찍어
바르던 사람.
새벽 내린 첫 이슬로
바르던 사람.
그리운 얼굴을 바다 넘어 두고
바다가 너무 커
밀어내지 못한 사람.
오히려 바다를 너무 사랑해
바닷속으로 짐 싸들고
집을 옮겨 들어가 살았던 사람.
이제는 별이 되어 높은 곳에서
사랑했던 모두를 내려다보는 사람.
우러러 쳐다보다
길을 걸어올밖에 다시 없어라.
걸어가면 어디서
첫눈 같은 향기
멀리서 떠돌며
귀에도 들리는 향기.
우리들 기다리는 마음에
이미 왔다 간
물감으로 희연히
번져오는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