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4월의 물고기

솔뫼들 2016. 4. 13. 23:30
728x90

 

 

 권지예의 장편소설 '4월의 물고기'를 읽었다.

권지예가 이런 소설을 썼나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의외라는 생각이 들어서.

 

 소설은 추리기법으로 전개된다.

한 여자와 한 남자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기괴한 죽음과 인연 그리고 고리들...

운명적인 사랑.

운명의 장난.

어찌 보면 둘 다 위험하고 불안해 보인다.

이 소설은 바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났다고 생각한 것이 운명의 장난처럼 되어 버린 이야기이다.

 

'4월의 물고기'는 프랑스에서 만우절에 어리숙한 사람을 놀리는 말이란다.

바로 선우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

아니 그런 줄 알면서도 선우와 사랑에 빠지는 서인 또한 마찬가지 아닌가.

 

 남자 주인공 선우는 고아원에서 자라다 프랑스에 입양이 된다.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그런데 적응을 잘 하지 못 하고 지내던 어느 날

자기 분신과도 같이 여기던 쌍둥이 여동생이 프랑스인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걸 보고

무심결에 동생 목을 조르는데 동생이 죽게 된다.

동생의 시신을 아버지와 함께 물에 빠뜨리고 자기도 모르게 생명을 해치는 증상이 생기는데

그럴 때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하이드가 된다.

제정신이 들었을 때는 멀쩡한 사람이 그렇게 변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파양되어 다시 한국 고아원으로 돌아오고 정신 치료도 받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거기에서 헤어나지 못 하는 선우.

 

 반면 어릴 때 성폭행을 당한 기억과

자기 자식을 오빠의 자식으로 호적에 올려 키우면서 여러 가지 트라우마를 겪은 여주인공 서인.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뜨고 어머니마저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나온다.

물론 나중에는 다른 남자를 따라 간 것으로 밝혀지지만.

운명의 장난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자신을 성폭행한 사람인 줄 모르고 한번 보고 바로 선우와 사랑에 빠지는 경우 말이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의혹에 시달리면서 마음 고생을 하다 결국 선우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서인은 자신의 뱃속에 든 선우의 아이와 오빠에게 맡겼던 아이를 키우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든 양면성이 있을 것이다.

지킬박사 같은 면과 하이드 같은 면.

세상이 자신에게 하이드 같은 면만 보이도록 강요한다면?

긴박하게 전개되고 심리 스릴러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