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 그 자유분방함의 미학
한국학자 최준식의 '한국미, 그 자유분방함의 미학'이라는 책을 손에 들었다.
대학시절 '한국학'이라는 학문이 도입되던 시기 익숙하지 않은 단어로 고개를 갸웃거린 기억이 난다.
나중에 알고 나서는 참 재미있는 분야이겠구나 싶었다.
물론 내가 전공한 분야와 전혀 관련이 없지는 않지만.
저자는 우리 한국의 미를 자유분방함에서 찾았다.
그것도 주로 조선시대 후기 문화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손꼽는 많은 것들이 오래 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조선 후기에 전해진 것들이라고 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많이 파괴되고 분실되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빼돌려진 것도 이유의 하나가 되겠지.
우리나라 문화가 중국의 영향을 받았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단순히 모방이 아니라 과감히 생략하고 우리 나름대로의 재해석이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건축도 그렇고 도자기도 마찬가지란다.
그런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이 자유분방함이라고 이야기한다.
사찰 건축에서 등장하는 그랭이공법을 한 예로 든다.
그리고 구부러진 통나무를 기둥으로 사용한 예도 마찬가지이고.
나는 정원이 가장 대표적인 것 아닌가 싶다.
예쁘고 가꾸고 단장하는 것도 좋지만 가능하면 자연을 그대로 끌어들이는 조상들의 방법이 대단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나 같은 경우는 특히 늘 산으로 들로 쏘다니니 더구나 갇혀진 것 같은 자연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일게다.
자연스러움이 우리 문화의 특징이라고 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주목을 받고 있는 막사발이나 민화 또한 마찬가지이다.
최상층의 문화가 아닌 기층문화가 자연스럽게 표출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고
그런 현상이 바로 문화가 골고루 다양한 계층의 것을 수용하는 과정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저자는 현재 우리 고급문화가 없음을 안타까워 했다.
전통적인 우리 것을 살려나가지 못한데서 나온 것일게다.
일단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책적으로 우리 문화의 고급화, 다양화를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복을 거들떠 보지도 않던 젊은이들이 한복을 입고 인사동을 거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이 기모노를 즐겨 입듯이 우리도 일상 생활에서 한복을 친근하게 편안하게 입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작은 일이나마 이런 것들이 우리 문화를 지켜 나가는 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