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영사관이었던 남서울미술관에서 조각가 권진규의 작품세계에 대해 작가의 조카가 해설한다는 소식을 알고는 얼른 발걸음을 했다.
가까이에서 작가를 보던 사람의 시선으로 작품에 대해 해설을 해 주면 아무래도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지.
작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를 대대적으로 했다.
권진규의 동생 등 가족들이 어렵게 권진규의 작품을 모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을 했다던가.
고마운 일이다.
자신을 따르던 여학생들을 모델로 한 작품이 많다.
함흥 출신 권진규가 말을 좋아했다던가.
그래서 馬頭를 만든 작품이 많다.
이 작품은 이중섭의 소 그림을 보고 감명을 받아 만들었다는 작품.
한때 같은 집에 살았다던 조카 허명회 교수의 해설을 들으며 가슴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지 못하는 슬픔과 고통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작품활동만 한 사람.
그럼에도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한 걸 보면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박수근 작가가 떠오른다.
재료값, 물감값, 모델료 대신 작품을 주었다던가.
한 가지 기억해두고 싶은 것은 테라코타와 건칠로 작품을 주로 했다는 것이다.
테라코타는 오래 남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했던가.
건칠은 고려시대의 전통적인 기법인데 권진규가 나름대로 기법을 복원해서 작품을 했다고 한다.
우리의 것을 찾으려는 자세는 정말 본받을 만하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국적을 바꾸면 프랑스 유학을 갈 수 있었다고 하는데 과감히 거절하고 귀국해 어려운 생활을 하다 생을 마감한 작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작품을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일본에 두고온 일본인 前 부인 도모상을 비구니로 만들고 자신을 비구상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두 작품이 고려대박물관에서 나란히 전시되고 있다고 하여 다음에는 고려대로 발길을 하려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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