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며칠만에 푹 자 몸이 개운합니다.
오늘은 천천히 움직이기로 합니다.
사흘간 너무 강행군을 했습니다.
악천후에 고생도 했고요.
오늘은 가파도에 가기로 한 날입니다.
큰 섬에서 작은 섬으로 가는 셈이지요.
운진항에서 여객선을 타야 가파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오전 10시 출발하는 배를 타기 위해서는 오전 9시 20분까지 운진항에 가야 한다네요.
스마트폰으로 운진항까지 소요시간을 확인 후 운진항으로 향합니다.
월요일이라서인지 도로에 차가 많군요.
운진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목이 따끔합니다.
'앵' 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걸 보니 차 안에 모기가 들어왔군요.
졸지에 아침부터 모기에게 보시를 했습니다.
제가 모기에게 물린 곳을 긁으며 투덜거립니다.
처음에는 가만히 있더니 이제 와서 무는 건 뭐냐고.
친구 왈, 모기도 잠을 깨고 바로는 식욕이 없다네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중얼거립니다.
모기도 때로는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말이지요.
운진항에 도착해 왕복 승선권을 구입합니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2시간 간격을 두고 돌아오게 되어 있군요.
올 때 가격이 비싸다 싶었더니 해양국립공원 입장료가 별도로 1000원 부과된답니다.
제주도는 아니고 마라도와 가파도만 해양국립공원인가 봅니다.
승선권을 사 놓고 주변을 돌아봅니다.
언제 그렇게 억수같이 비가 쏟아졌느냐 싶게 하늘은 기분 좋을 만큼 쾌청합니다.
운진항 옆으로 요트 클럽이 보이네요.
날렵하고 세련된 요트 구경도 할 겸 발길을 하니 요트는 하나도 안 보입니다.
승선 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배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들뜨는군요.
체온 측정을 하고는 알록달록한 배에 오릅니다.
이제 마스크를 쓰고, 체온을 측정하고, 방문자 확인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군요.
어느 새 이런 것에 익숙해져서 코로나가 종식되면 도리어 무언가 허전하고 어리둥절해지는 것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쓸데없는 걱정이겠지만요.
선실에 자리를 잡고 배가 움직이자 바깥 풍경을 구경합니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 그 아래 산방산, 다시 그 아래 파도가 넘실거립니다.
솜씨 좋은 손이 차례차례 얹어 놓은 것 같군요.
이런 날씨를 오랜만에 접하니 정말 상쾌한 기분입니다.
누군가 전에 제주도에 왔다가 사흘 내리 비바람이 몰아쳐 숙소에서만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계속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가 이어지기는 했지만 선물 같은 오늘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맑은 하늘에 따가운 햇살, 전형적인 가을 날씨입니다.
모든게 이 햇살과 바람에 익어가겠군요.
저도 익어가는 날이기를 바랍니다.
선실에서는 가수 최백호의 노래 '가파도'가 흘러나옵니다.
그런 노래가 있었군요.
연이어 나오는 노래를 듣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됩니다.
'가파도 가봤어 못 가봤어
청보리밭 보았어 못 가봤다니까~'
아름다운 노랫말에 반해 가파도와 더불어 오래 기억되겠군요.
가파도 가봤어
못 가봤어
청보리밭 보았어
못 가 봤다니까
청보리밭에 누워 눈을 감으면
어린 시절 떠올라 눈물이 나지
하동포구에 바람이 자고
파도 넘어 한라산에 노을이 들면
바다로 나간 정든 얼굴들
올레길 따라 돌아오겠지
가파도 가봤어
못 가봤어
소라전복 먹었어
못 가봤다니까
휘몰아치는 거친 파도는
수평선이 가만가만 다독여주고
밤이 내리면 별들이 모여
우리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지
가파도 가봤어
못 가봤어
청보리밭 보았어
못 가봤다니까
청보리밭에 누워 하늘을 보면
나두야 구름 따라 흘러간다네
가파도 가봤어
최백호 작사, 작곡, 노래 < 가파도>
적당한 파도에 출렁이는 10분.
바다를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입니다.
가오리를 닮았다는 나지막한 섬이 바로 코 앞에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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