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바닷바람 맞으러 가는 길 - 태안 안면도 (2)

솔뫼들 2020. 5. 1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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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바람을 피해 서둘러 차에 오릅니다.

이번에는 안면도 자연휴양림으로 향합니다.

자연휴양림 솔숲 트레킹을 할 생각으로 말입니다.

안면도 자연휴양림 소나무는 아주 유명하지요.

조선시대 안면송이라는 이름으로 보호했다는 소나무입니다.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늠름합니다.

얼마나 멋들어진지요.

잔뜩 기대가 됩니다.


 안면도 자연휴양림 입구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았네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는 야외 산책은 가능하다고 하는데도 이런 곳이 문을 닫는군요.

지난 번 안산 습지생태공원도 문을 닫아서 헛걸음을 했는데 말입니다.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겠습니까?


 바람에 지쳐 리솜 오션 캐슬 카페에서 잠깐 차를 마시며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를 리조트 방향으로 돌렸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공사중이군요.

차를 돌리기도 불편하게 길이 엉망입니다.

어휴! 사소하지만 오늘 일이 자꾸 꼬이네요.

일이 예상과 다르게 펼쳐지는 것이 여행의 맛일 수 있다지만 좀 실망스럽습니다.



 하는 수 없이 '안면도'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꽃지 해변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차량이 제법 많습니다.

바람을 무릅쓰고 해변을 걷습니다.

반려견과 함께 뛰어다니는 사람, 연을 날리는 사람, 해변에서 조개를 캐는 사람 등등 다양합니다.

우리야 당연히 걸으면서 할아비 바위와 할미 바위를 구경하는 사람들이고요.


 오후 시간이 기울어지면서 바람이 더 심해졌습니다.

체감온도가 많이 내려간 것 같군요.

혹시나 싶어 가져온 장갑까지 챙겼는데도 저절로 자라목이 됩니다.

3월 말 날씨치고는 꽤 춥군요.



 바람과 사투를 벌이면서 해변을 가로질러 갑니다.

할아비 바위와 할미 바위가 있는 곳으로.

할아비 바위와 할미 바위에 관한 전설은 어디에나 있는 비슷한 내용입니다.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바위가 되어서도 마주 보고 있다 등등

비슷하게 생긴 바위는 바닷가에 얼마나 많은지요.

지난 번 제부도에 갔을 때도 그런 모양의 바위를 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상상력이 빈곤하기 때문일까요?


 바위 가까이에 가서 사진을  찍으며 바위 구경을 하는데 안내방송이 나오네요.

밀물시간이 되었으니 안전을 위해서 안전한 바닷가로 철수하라는 권고 방송입니다.

겁이 많은데다 둘 다 자칭 '범생이'인 우리는 얼른 발길을 돌립니다.


  바람을 피해 고개를 돌리고 힘겹게 걷는데 한쪽 물이 고인 곳에는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있군요.

이런 날씨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든 말든 갈매기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자기들끼리 여유있고 평화롭게 봄날 오후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다 나와서 보니 우리가 가던 길에는 이미 물이 들어찼군요.

밀물은 정말 순식간에 밀려옵니다.

전에 섬 트레킹시 물에 갇힐 뻔한 적이 있어서 바닷가를 걸을 때는 늘 조심을 합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요.


 해변에 노점상들이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네요.

코로나19 때문인지 아니면 바람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주섬주섬 펼쳤던 장마당을 접는 손길을 보니 안쓰럽습니다.


  태안 관련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주차장 한켠 관광 안내소를 찾았습니다.

거기도 문을 닫았군요.

스마트폰으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날로그 세대라 그런지 종이에 씌인 글을 보는 것이 더 편합니다.

하는 수 없이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작은 호텔 커피숍에 들어가 혹시 팸플릿이 있나 물으니 하나 건네 줍니다.

개략적인 것이라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네요.


 안면도에서 갈 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날씨도 그리 좋지 않으니 일단 차에 오릅니다.

그리고 어디를 갈까 하다가 안면도 남쪽 끝에 위치한 영목항에 가 보자고 했습니다.


 새로 난 길이 시원스럽습니다.

멀리 다리도 놓였군요.

다리가 있으면 한번 건너가보고 싶어지지 않은가요?

건너편 섬에 숨겨 놓은 무엇이 있는지 말입니다.



 다리 이름은 원산안면대교.

이름이 꽤 길군요.

안면도와 원산도 이름을 모두 써 넣어서 이름을 지으려다 보니 그렇게 되었나 봅니다.

예쁜 우리말로 새 이름을 지을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군요.


 다리를 건너니 여기는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랍니다.

다른 동네로 온 것이었군요.

무언가 있을까 울퉁불퉁한 도로를 따라 바닷가로 가니 별게 없습니다.

바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찾는 곳인 것 같습니다.

어느 섬이나 다리가 놓이면 개발의 물결이 밀려들지요.

여기도 공사중인 곳이 곳곳에 보입니다.

낮은 언덕을 까뭉개어 공원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다음에 여기 온다면 '桑田碧海'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요?


 차를 돌립니다.

그런데 차량에 달린 내비게이션에서는 바다로 가라고 나옵니다.

아니, 바다로 뛰어들라니요?

여기 다리가 놓인 것을 모르는지 내비는 계속 그렇게 알려주네요.

카페리호에 차를 싣고 이동하라는 말이었나 봅니다.

기계는 업데이트가 안 되면 이렇게 엉뚱한 소리를 합니다.